좋은 시 느낌하나 5710

2월의 속삭임 /신창홍

2월의 속삭임 신창홍 오래된 무덤가 옆 높이 뻗은 철탑 사이로 한풀 꺾인 겨울 바람이 서둘러 지나가고 싫지 않은 바람의 냉기가 숲 속을 정화하는 듯 산마루의 오후를 길게 선회하고 있다 겨우내 얼어있던 산비탈 낙엽과 뒤엉킨 살얼음 조각들 촉촉히 녹아 내리며 서서히 기지개를 켤 때 파란 하늘의 숨결이 조금씩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생명을 깨우는 부드러운 입김에 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정한 설렘이란 기다리는 순간의 아름다운 꿈 아직 여물지 않은 봄의 길목에서 아, 감미로운 2월의 속삭임.

2월의 시 /함영숙

2월의 시 함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겨울의 끝자락이 아쉽고 초봄을 잠시 맛배기로 계절은 여름으로 곧장 달려갈게 뻔한데 그래서 아직은 겨울잠에서 서성이고 싶은데 2월의 짧다란 날짜가 미워집니다 내 삶 언저리 돌아보면 짧아서 2월이 좋았던 기억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것 같은 달 현실의 삶속에는 빠른 시간들이 미워서 짧은 2월을..

2월은 계절의 징검다리 /최원종

2월은 계절의 징검다리 최원종 계절의 징검다리 겨울의 찬바람 속 봄의 향기를 잉태하고 하나씩 뽑아 올리는 고로쇠 수액은 봄을 알리는 시작이다 아직 차가운 한기가 발버둥 치고 있지만 차가운 겨울의 이빨 속에서 봄의 향기 버들강아지 털갈이를 시작을 하며 돌 틈 아래 모여 있는 가을 낙엽 밑에는 봄을 알리는 파란 새싹이 날갯짓 하며 솟아날 준비에 짧은 겨울 햇살은 야속하기만 하네 계절의 징검다리 2월 봄을 알리는 입춘이 2월의 가슴 속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추운 바람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2월의 뱃속에서 봄의 꽃씨를 뿌려가며 찬바람 물러나길 눈치만 보고 있다

2월 /박희홍

2월 박희홍 나는 봄을 알리는 입춘을 품고 살며 훈풍을 몰고 오는데 치수가 짧다고 흉보지만 뭘 보태준 적 있나 나로 인해 행복할 진데 하루라도 빨리 꽃을 피우려 3월이 머리채 잡아당겨서 그렇다고들 입방아 찢지만 아니야, 훈풍이 몰고 오는 파란 서슬에 겨울 더러 봄 시냇물을 꾸물대지 말고 무탈하게 건너라고 제 몸 기꺼이 잘라낸 착하디 착한 징검다리

2 월 /손학수

2 월 손학수 꼬리 짤린 도마뱀 같은 2월이 봄 배달을 대충하고 얼른 떠나 갈 모양이다 버들강아지 밍크 코트는 햇살에 눈 부시고 생강꽃 노란 꽃망울은 아직 꿈길을 헤매고 있는데 양지 바른곳 냉이는 봄을 깨우려 땅 속을 깊게 들여 보네 정월의 달은 점차 배가 불러 가고 밤이 깊을수록 달빛은 더욱 밝아져 그리움에 젖은 마음을 허락도 받지 않고서 훤히 들여다 보는구나

1월 / 오세영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1월/이외수

1월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가움 기다리는 마음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 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1월/용혜원

1월 용혜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래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1월에 쓰는 엽서/신현복

1월에 쓰는 엽서 신현복 우리,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어제까지의 시간을 용서 받고 삶에 새벽 같은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마음속에 작은 항아리를 들여놓고 사랑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묵은 신문의 슬픈 기사에도 눈길이 필요한 늘 배고픈 우리들 사랑이지 않나 그 먼 별도 그 작은 초승달도 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약 숟가락 크기의 빛으로 사랑 받지 않나 마른 들풀에게는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가난한 마음에는 행복의 싹을 잃지 않게 하는 작지만 큰사랑의 빛 우리 1년 동안 베풀 그 빛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슬픔은 기쁨으로 미움은 용서로 불행은 행복과 찬란한 희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