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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이해인

12월의 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우정과 사랑의 선물들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사랑하는 이들에게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올해도 밉지만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시간을 아껴 쓰고모든 이를 용서하면그것 자체가 행복할 텐데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눈은 순결하..

오늘(2024,12,2)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 주님!당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게 하소서!당신이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게 하소서!오로지 당신만을 제 머리 위에 두고 살게 하소서.당신은 머리 위에 계시되 속박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유를 주시니,당신께 온전히 속한 자로,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2.02

기다림/양광모

기다림 양광모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아침이 기다리는 태양처럼 밤이 기다리는 별처럼 그에게 한 줄기 밝은 빛이 될 수 있다는 건얼마나 가슴 따뜻한 일인가그리하여 그날을 손꼽으며 내가 그를 기다리는 건 또 얼마나 가슴 뜨거운 일인가태양을 기다리는 아침처럼 별을 기다리는 밤처럼 그를 위해 아름다운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건또 얼마나 맑은 눈물 같은 일인가우리는태어나고 기다리고 죽나니 살아서 가장 햇살 같은 날은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촛불처럼기다리는 날이라네.

11월을 빠져나가며 /정진규

11월을 빠져나가며  정진규                     흙담장에 걸린 먼지투성이 마른 씨래기 다발들남루한 내 사랑들이 버석거린다아직도 이파리들 땅에 내려놓지 못할 몇 그루 은행나무들이 이해되지 않으며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다른 이들의 철 지난 사랑이 이해되지 않는다혼자서 돌아오는 밤거리 골목길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날로 늘어나고나는 자꾸 올라가고 있는데 계단들은 그만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비어지고 있다빈 계단들이 허공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다이제 너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위기로만 남아 있구나골목길 들어서면 겨우 익숙한 저녁 냄새만 인색하게 나를 달랜다이 또한 전 같지 않다12월 때문에 11월은 가장 서둔다끝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들통나고 있다야적까지 하고 있는 빈터, 그빈터에서도 우리..

11월 이후 / 진 란

11월 이후    진 란    지순한 하늘에 몇 개의 이파리 팔랑이며따순한 햇살에 맨 몸 다 드러내고 남루한 숨소리 몇 바람 지나더니욕심 비워 나목일래검은 둥치의 발등에 풀새들 내려앉은오후, 곰실곰실 피어난 비탈에 서서 꿈을 몰아 뿌리 올리는 연리봉으로만나고저, 오래오래 바라다가 눈부처 들어연리지로 맞잡은 손, 천년고독을 기다리는나무로 서고저

오늘(2024,11,18)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루카 18,41)​주님!제가 보지 못함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눈을 감고 있는 까닭입니다.마음이 완고한 까닭입니다.성전 휘장을 찢듯, 제 눈의 가림막을 걷어 내소서!완고함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깊이 새겨진 당신의 영혼을 보게 하소서!제 안에 선사된 당신 사랑을 보게 하소서.제 안에 벌어진 당신 구원을 보게 하소서.제가 바라고 싶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해주시고 싶은 것을 바라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8

오늘(2024,11,17)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마르 13,28) 주님!그날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비참함이 다 지나가고 난 뒤에가 아니라 그 비참함 한가운데로 찾아옵니다.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입니다.오늘의 결별에서 새롭게 변형되게 하소서.오늘의 죽음에서 새롭게 탄생하게 하소서. 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