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여름일기 1~4 / 이해인

종이연 2026. 7. 15. 22:01

여름일기 1 /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여름일기 2 / 이해인 

오늘 아침

내 마음의 밭에는

밤새 봉오리로 맺혀있던

한 마디의 시어가

노란 쑥갓꽃으로 피어 있습니다.

비와 햇볕이 동시에 고마워서

자주 하늘을 보는 여름

잘 익은 수박을 쪼개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초록의 기쁨이여

우리가 사는 지구 위에도

수박처럼 둥글고 시원한

자유와 평화 가득한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오는 아침 나는 다림질한 흰 옷에

물을 뿌리며 생각합니다.

우울과 나태로 풀기없던 나의 일상을

희망으로 풀먹여 다림질해야겠음을

지금쯤 바쁜 일터로 향하는

나의 이웃을 위해

한 송이의 기도를 꽃피워야겠음을...

여름일기 3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여름 일기 4 / 이해인

떠오르는 해를 보고

멀리서도 인사하니

세상과 사람들이

​더 가까이 웃으며 걸어옵니다.

이왕이면 붉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고

어둡고 차갑고

미지근한 삶은 죄가 된다고

고요히 일러주는 나의 해님

아아, 나의 대답은 말 보다

먼저 또 오르는 감탄사일 뿐

둥근 해를 닮은 사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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