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유월 /정숙

종이연 2026. 6. 24. 19:53

유월

 

정숙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가 들켜

낯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두둑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어린 모과열매를 마구 찔러댄다. 덩달아

신열에 생몸살 난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산 아래로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몸으로 엉켜

산을 오른다

 

* 아스랏: 앵두의 옛 이름

**소로소로: 살금살금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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