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기철 무언가 하나만은 남겨놓고 가고 싶어서 구월이 자꾸 머뭇거린다 꿈을 접은 꽃들 사이에서 나비들이 돌아갈 길을 잃고 방황한다 화사했던 꿈을 어디다 벗어놓을까 꽃들이 제 이름을 빌려 흙에 서명한다 아픈 꿈은 얼마나 긴지 그 꿈 얼마나 여리고 아픈지 아직도 비단벌레 한 마리 풀잎 위에 영문 모르고 잠들어 있다 나뭇잎이 손가락을 펴 벌레의 잠을 덮어주고 있다 잘못 온 게 아닌가 작은 바람이 생각에 잠긴다 급할 것 없다고, 서두르지 말라고 올해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바람에 씻긴 돌들이 깨끗해진다 여름이 재어지지 않는 큰 팔을 내리고 옷이 추울까 봐 나뭇잎을 모아 제 발등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