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 일기 /박재삼 혹서 일기 박재삼 잎 하나 까딱 않는 30 몇 도의 날씨 속 그늘에 앉았어도 소나기가 그리운데 막혔던 소식을 뚫듯 매미 울음 한창이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가로운 부채질로 성화같은 더위에 달래는 것이 전부다. 예닐곱 적 아이처럼 물장구를 못 치네. 늙기엔 아직도 멀어 청춘이 만 리인데 이제 갈 길은 막상 얼마 안 남고 그 바쁜 조바심 속에 절벽만을 두드린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24
8월의 사랑 노래/정연복 8월의 사랑 노래 정연복 작렬하는 8월의 햇살 아래 거추장스러운 것들 훌훌 벗어버리고 거리낌 없이 맨살 맨몸을 드러내듯. 불같은 사랑 나를 찾아오면 부끄러워 감출 것 없이 머뭇거림 없이 온몸 온 가슴 까발리고 뜨겁게 사랑하리.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23
8월이 가기 전에/오광수 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8월이 다 가기 전에 조금 남아있는 젖은 가슴으로 따가운 후회를 해야겠다. 삶에 미련이 많은 만큼 당당하지를 못해서 지나온 길 부끄러움으로 온갖 멍이 들어 있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또 달을 넘겨야 하느냐? 나의 나약함이여, 나의 비굴함이여, 염천 더위에 널브러진 초라한 변명이여, 등에 붙은 세 치 혀는 또 물 한 바가지를 구걸하고 소리 없는 고함은 허공에서 회색 웅덩이를 만드는 데 땅을 밟았다는 두 발은 흐르는 물에 밀려 길을 잃고 있구나. 8월이 간다 이 8월이 다 가기 전에 빈손이지만 솔직하게 펼쳐놓고 다가올 새날에는 지친 그늘에게 물 부어주고 허공의 회색 웅덩이는 기도로 불러다 메워가고 물빛에 흔들리는 눈빛이라면 발걸음을 멈추자. 머지않아 젖어있는 이 가슴..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22
팔월 /공성진 팔월 공성진 실성하여 미쳐 버린 듯 훠이훠이 훠어이 오장육부 삶아내는 불춤을 춘다. 열풍은 얄궂게 박자를 맞추고 숨통을 조이는 절정의 격렬한 춤사위 넋빠진 무의식에 뺨을 갈기는 간간이 오뚝이처럼 정신 차려 벌떡 일어나 보지만 고갈된 체액에 혼미하여 비틀거리다 털버덕 엎어져 녹아내리는 길바닥에 그리움조차 밀어내려고 얼굴을 뭉갠 채 망각하여라. 망각하여라. 점점 사그라지는 열정에 분노하는 터무니 없이 무기력한 팔월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21
팔월/박인걸 팔월 박인걸 해마다 팔월이면 태양이 가깝게 다가와 숲은 가마솥이 되고 대지는 화덕이다. 풀벌레는 자지러지고 새들은 그늘로 숨지만 바람의 풀무질이 열기를 불어넣을 때면 푸른 생명들은 조용히 찬가를 부른다. 우주의 에너지가 구석구석 파고들 때면 잎사귀마다 춤을 추며 여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추가 소리 없이 여물고 고구마도 큰 꿈을 키워가는 팔월에는 너와 나의 사랑도 여물어 가려나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20
팔월 · 2/김용원 팔월 · 2 김용원 사촌보다 더 가까운 잡풀 더미 속에서 풀벌레가 운다. 태엽 풀린 괘종시계의 시각 알리는 소리 천렵 가자던 박서방은 배꼽을 하늘에 두고 오수를 즐기고 때 이르게 나온 고추잠자리 날쌘 제비에게 덜미를 잡힌다. 펄펄 끊는 팔월의 정적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19
여름바다 / 김덕성 여름바다 김덕성 팔월 초순 불가마 속 같은 찜통더위에 밀려 달려와 가슴을 헤치니 글쎄 느닷없이 하얀 거품을 물고 사자처럼 달려와 반갑게 포옹하며 물세례를 주는 파도 숨을 돌리려 하면 다시 밀려와 반복하는 바다 이제 몸 열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여름 바다가 이렇게 좋은 걸...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18
8월 소묘/박종영 8월 소묘 박종영 8월이 춤을 춘다. 세상 나무들이 푸른 물감으로 꽉 차서 오지게 좋다. 지상으로부터 먼 하늘 구름 아랑곳없이 우리 모두의 타향으로 흘러간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17
8월이 오는 소리/이효녕 8월이 오는 소리 이효녕 사랑이 너무 뜨거워 마음 둘 곳 없는 여름 하늘에 별을 바라보며 설친 잠 별빛 따라 가는 발자국 소리 푸른 나뭇잎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몇 개의 길 위에 부는 바람 소리 파도의 하얀 꿈을 모아 소라껍질 깊이 담는 소리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별빛이 몸을 더듬는 소리 넓은 초원 풀잎에 맺힌 이슬 그리움으로 구르는 소리 가냘픈 그 숨결 소리 짓눌린 가슴 열어 놓습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뜨거운 숨결이 느낌으로 오는 여름 내 마음 연록색 잎사귀 돋아내 더위에 지친 그대의 그늘 만듭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16
8월의 바다 /김소엽 8월의 바다 김소엽 너를 마주하면 옥빛 하늘이 품 안에 있고 네 눈 속엔 쪽빛 바다가 넘친다. 우울한 날엔 네 목소리에 등 (燈)을 달고 바다로 가자 수평선도 없는 밤의 파도 멀리 등대가 된 네 목소리. 어둠을 쏘는 8월의 태양 원색이 녹아 흐르는 달빛의 해변 젊은이 수없이 밀리는 파도여 너를 마주하면 파도가 꿈틀대고 너와 난 한 밤 내 섬이 되고 온 세상 바다가 된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