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임보 시월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10.03
시월 이야기/ 이향지 시월 이야기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10.02
10월 /박얼서 10월 박얼서 구절초가 만발한 고향 하늘은 참 건강도 하지 얘야! 그래서 개천절도 여기 시월에 자리했단다 살사리꽃, 해바라기꽃... 만국기로 내걸리고. 좋은 시 느낌하나 2022.10.01
다시 9월/나태주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가을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30
9월이 / 나태주 9월이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9
9월의 아침에 /안정순 9월의 아침에 안정순 하루를 시작하는 9월의 아침 산과 들을 거슬러온 갈바람 뿌연 안개 비집고 들어온 햇살과 차 한 잔의 여유로움 높푸른 하늘 한가로운 뭉게구름 살갗에 느끼는 초가을 정취 푸른 여름이 알록달록 갈 옷을 갈아입을 때 고운 단풍 지붕 삼아 나만의 둥지를 지어 가을을 낳고 싶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8
구월은 가네/유영서 구월은 가네 유영서 구월은 가네 푸르른 물결 맘껏 옷고름 풀어놓고 빛나던 청춘 저리도 곱게 늙어져 산과 들녘 울긋불긋 붉게 물들던 날 한낱 청춘은 이별을 고하네 돌아올 길 아는 하늘 문은 지금 막 열리고 바람에 몸 떨구는 낙엽 한 장 한낱 부질없는 욕심이었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7
구월 끝자락 /임재화 구월 끝자락 임재화 어느새 구월의 끝자락을 향해서 숨 가쁘게 달려온 가을 향기는 한 줄기 바람에 허공에 휘날립니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풍성하고 황금 들녘에 벼 이삭 무거워 고개 숙일 때 저만치서 가을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릴 때 흰색 분홍색 보라색으로 곱게 차려입은 들꽃의 고운 모습에 이제 가을도 서서히 깊어만 갑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6
왜냐면은 요 / 최재경 왜냐면은 요 최재경 팔월이 가면은 요 섭섭할 것 같지요 왜냐면은 요 여름내 뿌려둔 고등색 추억이 차 차 물들다 사라질 것 같아서요 가차이 있을 것 같아도 마음자리는 자꾸 시들어가지요 우연만하면 좀 더 있다가도 수월하련만 산 그림자 내린 마당에 팔월이 시무룩하지요 왜냐면은 요 구월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니까요.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5
구월 / 정용주 구월 정용주 문득, 동그란 말들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든다 하늘 어항을 유영하는 붉은 잠자리떼 봉숭아 백일홍 한련화 시들어가는 이름들 돌배나무 감고 올라간 나팔꽃은 귀뚜라미 울음 모아 구슬을 꿴다 그림자보다 가벼운 한 날의 육신 좋은 시 느낌하나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