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711

시월 이야기/ 이향지

시월 이야기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다시 9월/나태주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가을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구월 끝자락 /임재화

구월 끝자락 임재화 어느새 구월의 끝자락을 향해서 숨 가쁘게 달려온 가을 향기는 한 줄기 바람에 허공에 휘날립니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풍성하고 황금 들녘에 벼 이삭 무거워 고개 숙일 때 저만치서 가을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릴 때 흰색 분홍색 보라색으로 곱게 차려입은 들꽃의 고운 모습에 이제 가을도 서서히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