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옛날 일은 또렸한데 근자의 일은 또 아마득한 지금

멸치

종이연 2025. 8. 18. 21:00

해마다 이모님들께서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한박스씩 사보내십니다.

국물용 멸치,그리고 가이리멸치,진미채,

마른 김,또 쥐포랑 명란젓,낙지젓,바오로씨 좋아하는 조개젓까지

사서 한번에 보내십니다.

내가 농사 지은 것들을 보내면 

답례로 그렇게 보내시는 것 같아요.

특히 이곳 시골에서 건어물 사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셔서 

밥 잘먹으라고 이렇게 건어물을 사보내십니다.

 

그래서 냉동실에는 멸치랑 건어물이 꽉 차있어요.

며느리 좋아하는 진미채는 올 때마다 볶아보내도

남고 또 남습니다.

 

그러던 둘째 이모님께서 지난 겨울 부터는 편찮으시네요.

작년 여름 중부시장에서 만나서 원하는 거 다 사서 

부치고 자고 가라고 하시는 걸

너무 많다 하면서 거절하고는 조금 덜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겨울에도 만났을 때

가게 가자고 하시는 걸 일단 먹고 나서 하자 하고는

가게는 안가겠다고 했습니다.

노인들을 돌보아야 할 나이인 내가

늘상 노인들에게 받는 처지이니 고맙지만 또 너무 신세지는 것 같고요.

 

그러다가

둘째 이모님 편찮아지시면서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네요.

지난 6월에 내가 동창회모임이 있어서 올라가니까 명동에서 만날까요?

했더니 그러시마 하셔서

명동에 호텔을 잡고

동창회 끝나면 바로 만나기로 했는데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전화를 받으니 둘째 이모님 못나오신다고 합니다.

호텔은 미리 결재가 되어있었고

그날 취소는 환불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창회 끝나고 막내이모님을 만나서 일산 둘째 이모님댁에 가서

만나뵈오니 

눈물을 흘리시네요.이모 같이 명동에 가서 자고 올까요? 했더니

힘들어서 못나가신다고 합니다

에효

똑똑하고 말씀 잘하시고 자기 처신 잘하시던 분께서

이렇게나 노쇠해지셔서..

그날 밤 이모님댁에서 같이 자고 난게 마지막으로 뵈온 건데~

 

병원 입원하셨다가 지금은 요양병원으로 가셨다고 하니

만나는 일도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꽈리고추가 한창입니다.

한주일에 한번씩 따게 되네요.

그러면 멸치와 함께 조리면 잘 먹습니다.

꽈리고추를 한 바구니 따서 호두랑 밀가루옷을 입혀서 찐꽈리고추랑 무치고

반은 멸치랑 볶아야지 하다가

아 멸치 다 먹었지 하면서 이모님이 안 사주시니까 멸치도 없네라고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냉동실을 열어보니

진공포장된 아직 뜯지 않은 멸치가 큰 봉지로 하나 있습니다.

그렇게나 많던 멸치를

없다고 생각한 나..또 다음에 먹으면 되겠지만

 

건어물과 이모님들.

평생 잊지못할 고마운 일들중 하나입니다.